「문명록 개략」(文明論之槪略)을 읽고

어느 시대나 개인, 가정, 공동체, 사회, 민족,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헤맬 때 한 줄기 빛과 같이 길을 밝혀주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그 무엇인가’라는 것은 그 시대의 철학과 사상, 혹은 종교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그 시대 사람’으로 귀결됩니다. 곧 그 시대를 사는 사람 중 어느 누군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사상이나 철학, 혹은 종교를 믿고 있는가에 따라 빛을 밝혀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이웃 나라인 일본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의 전성기는 무엇보다 메이지유신이 그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이지유신을 거쳐 일본은 서양 선진국들처럼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섰는데, 태평양전쟁을 통해 나라가 망하는 일이 있었지만, 한반도의 6.25 전쟁과 미국의 중국 견제와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다시 현재의 모습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본근대화의 뿌리와도 같은 메이지유신을 철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지 유신의 대표적 사상가요 교육가이자 언론인으로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인물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그 시대에 어떤 사람이 존재하고 영향을 미쳤는가의 문제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Fukuzawa Yukichi, 1834~1901년)는 오사카에서 태어났는데, 부친 사후(死後), 어머니를 따라 나카쓰로 이주하여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854년 나가사키로 가서 유학한 후, 다시 오사카로 가서 오카타 고안에게서 난학을 배웠으며, 1858년 에도 쓰키지 뎃포에 현재 게이오대학의전신인 난학숙을 개셜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여러 책들을 저술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양사정」, 「문명론개략」 등입니다. 그는 56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언급한 두 권의 저술과 「학문을 권함」은 일본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문명론 개략」(文明論之槪略)은 당시 서구문명의 보편적 가치가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수용하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서양의 문화와 사상이 뿌리와  역사에 대해 대단히 심도 있게 성찰한 이 책은 후쿠자와 유키치가 단순한 지식인이 아닌 사상가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는 서구문명의 핵심가치가 ‘개인의 자유’와 ‘공화주의’에 있음을 언급하면서,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백성들을 향하여 끊임없는 교육을 통한 계몽이 이루어져 ‘자국독립’(自國獨立)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사상과 방향 제시는 헨리 버클의 「영국문명사」, 프랑수아 기조의 「유럽문명의 역사」,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 정치론」 및 「자유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등을 심도있게 읽고 공부하여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나아가 아담 스미스나 존 뉴턴, 제임스 와트와 조지 스티븐슨 등도 인류문명의 진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서 자신도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이에 그는 메이지유신 주역들이 ‘혁명’을 크게 외칠 때 오히려 ‘문명의 길’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문명론 개략」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문명론이란 사람의 정신 발달에 관한 논의이다. 그 취지는 한 사람의 정신발달이 아니라 천하 중인(衆人)을 하나로 묶어 그 전체의 발달을 논하는데 있다. 따라서 문명론은, 달리 인간정신 발달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책 서두에 문명론이 무엇인가를 개념 정리함으로써 논의를 열어가는 후쿠자와 유쿠치는 젗제 10장으로 그 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마지막 제 10장 ‘자국(自國)의 독립을 논함’에서 나라의 독립이 목적임을 강조합니다. 곧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지금의 일본국 사람을 문명으로 나아가게 함은 이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일 따름. 따라서 나라의 독립은 목적이고, 국민의 문명은 이 목적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은 그 시대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도 그는 일본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사상과 외침에 영향받은 당시와 그 후 일본의 지도자그룹과 백성은 주변나라 복속과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되고, 후일 나라까지 패망하게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요(要)는 인간사회나 국가에 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결국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으면 다른 길로 가게 됨을 역사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을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기독교 입국론’은 그야말로 제대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여호와로 자기 하나님을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빼신 바 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

(시 33:12)

복된 나라, 복된 백성이 되는 비결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말씀이 뿌리내린 기독교 문명이 있을 때 가능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나라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기독교 문명국가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만용

2024-07-28T16:58:3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