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 있습니까?[2019. 3. 17]

한자학(漢字學)의 권위자이자 현대 일본의 마지막 석학으로 알려져 있는 시라카와 시즈카가 쓴 「공자전」(孔子傳, 2017년, 펄북스)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공자는 위대한 인격을 지닌 인물이었는데, 그의 인격은 그의 일생에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가 죽은 후에도 차츰 고쳐 쓰여졌으며 치장이 가해져 사마천(司馬遷)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자의 전기적(傳記的) 생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시라카와 시즈카는 공자의 출생에 대해 그가 비천한 출신으로 무녀(巫女)의 사생아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가능성과 근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부모이야기, 공자의 예(禮)에 대한 실제적 박식함과 그 이후 유가의 예에 대한 강조, 그리고 여러 곳의 공자에 대한 기록의 고찰을 통해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자의 혈통과 세계에 대해 사마천이 「사기」(史記)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은 모두 허구라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공자는 무녀의 사생아로 태어나 일찍이 고아가 되어 빈천한 가운데 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cf. 「논어」(자한)). 이에 공자의 빈천했던 삶이 그를 위대한 인물이 되게 했다는 것입니다. 빈천이야말로 위대한 정신을 낳는 토양이며, 사상은 부귀한 신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님을 주장합니다.

시라카와 시즈카는 2006년 96세의 나이로 작고할 때까지 그 누구보다 고대의 문자와 문명을 해석하고 연구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한자(漢字)의 성립과 의미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해석하고 집대성하여 “시라카와 한자학”을 세상에 널리 알렸습니다. 이러한 시라카와 시즈카의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귀담아 볼 필요가 있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라카와 시즈카가 공자에 대해 그가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공자의 빈천한 삶, 고난으로 점철된 생애를 거론하는 것을 볼 때 이는 어느 시대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진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고난에 매몰되어 주저 앉는 경우도 많지만 위대한 인물은 역시 고난과 어려움의 시기에 흘린 눈물과 노력과 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시라카와 시즈카를 통해 공자의 생애를 다시 한번 읽고 생각해보면서 우리의 삶 역시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음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성경의 “인생은 고난을 위하여 났나니 불티가 위로 날음 같으니라”(욥 5:7)고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겪는 고난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난에 대한 자세입니다. 고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편 기자는 “고난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시 119:67)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고난을 통해 바른 길을 알게 되고 주의 말씀을 지키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야고보 기자는 “너희 중에 고난당하는 자가 있느냐 저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저는 찬송할지니라”(약 5:13)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고난 당할 때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성경과 역사를 통해 볼 때 하나님의 사람들은 거의 고난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모세, 다윗, 에스라, 느헤미야. 베드로, 요한, 사도 바울 등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 고난의 과정이 거의 필수였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가장 큰 고난을 겪으신 분이십니다. 십자가를 통해 부활의 영광에 이르시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거친 황무지에서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 올라오며, 십자가를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나아가는 이 시기에 인생의 고난 가운데 있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가 됨을 알고 끝까지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만용

2019-03-19T21:06:0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