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과 본향(本鄕)[2018. 9. 30]

추석 명절이 지났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어떤 분은 가족과 일가친척들을 만나 새 힘을 얻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명절 증후군을 앓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어느 때보다 혼추족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외로운 곳이 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입니다. 특히 고향을 잃어버리거나 갈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라는 시(詩)는 고향생각을 더 간절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라는 시(詩)는 다음과 같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거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상당히 목가적인 시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와 더불어 추석명절을 지내면서 고향과 본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 고향과 본향을 같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달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향은 우리 육신이 태어나 자란 곳이고, 본향은 하늘에 있는 것으로 원래 우리가 있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장소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의 선진들을 언급하면서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3-16)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사람들은 각기 그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인생 가운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본향을 사모하며 승리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18-09-29T18:35:5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