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돈식 전장관이 쓴 「조선인 60만 노예가 되다」(청나라에 잡혀간 조선 백성의 수난사, 학고재, 2008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인구가 1천만 가량이었는데, 이 가운데 최소 60만명 이상이 청나라에 끌려갔다고 이야기합니다. 끌려간 조선 백성은 노예가 되거나 성노리개가 되거나 또 다른 노예시장에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혹은 남자들 같은 경우 청나라 군대에 편입되어 명나라와의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고 노역에 동원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에 대해 당시 조선 조정에서도 알고 있었는데, 그저 “노예로 팔더라도 너무 외진 시골에는 팔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것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무능하고 힘없는 조정의 단면을 보여 준 것입니다. 더욱 한심했던 사실은 청나라로 끌려간 여인들 가운데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환향녀”(還鄕女), 곧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오늘날은 그 원래적 의미와 달리 단어가 왜곡되어 있지만, 환향녀는 본인이 그렇게 되고 싶어 된 것이 아니라 나라가 힘이 없고 정치를 맡은 사람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가운데 정작 고난은 이들이 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돌아왔을 때 위로하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욕하고 왕따 시키고 아주 못된 여자 취급을 했다는 것입니다. 잘못은 힘 있는 자들이 했는데 말입니다.
지난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붙어 있는 힘있는 강대국이었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곳과 사귀고 가까운 곳은 공격한다’란 뜻)의 전략을 책략가들은 늘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가까운 나라는 늘 경계하고 먼 나라와는 관계를 잘 유지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국가 지도자나 정치가들은 자기 이웃 나라가 강대하면 그 나라를 의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웃 나라가 강대하면 그 나라의 힘을 빌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이것은 국제정치의 ABC를 모르는 처사입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이웃나라가 강대한 것입니다. 국제정치는 그야말로 냉정한 것입니다. 국제정치는 힘(군사력)이라는 것을 잊으면 곤란합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군전력이 결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나라를 향해 연일 도발 위협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잠수함, 구축함, 정찰기 등을 동원해 이러한 상황을 부지런히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훈련하고 유사시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정보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한반도만 아니라 대만을 향한 중국의 폭격기들 진출과 위협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와 대만의 상황은 언제나 함께 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2017년도의 “화염과 분노”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데,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은 그저 태평한 듯 보입니다.
주변 국가나 힘 있는 나라에 가장 당하기 쉬운 나라는 부유하면서 유약한 나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러한 상태가 아닌가 심히 염려스러운 것입니다. 특히 더욱 염려되는 것은 영적으로 심히 타락해 있는 이 나라 백성과 교회의 현실입니다.
성경과 역사를 통해 보면 하나님께서 영원토록 기회를 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 하나님께 진정으로 도움을 구하고 돌아가야 할 때임을 알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도록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하나님이여! 이 나라와 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