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사목(南門徙木)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재상이자 법가 정치가였던 상앙(商鞅, ? ~ B.C. 338)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원래 그의 본명은 공손앙인데, 진(秦)효공(孝公) 때 등용되어 상앙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탁월한 변법가(變法家)였는데, 제나라의 관중, 북송시대 왕안석, 명나라의 장거정과 함께 그 이름을 날린 사람이었습니다.

상앙은 원래 위나라의 공숙좌의 가신으로 있었으나, 그의 사후 진(秦)나라에 가서 벼슬을 하고 변법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어 먼 후일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이루는 데 초석을 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상앙이 진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변법을 시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상앙은 백성들의 신뢰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행한 일 가운데 하나에서 나온 말이 ‘남문사목(南門徙木)’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문사목(南門徙木)은 사목지신(徙木之信),사목입신(徙木立信), 이목지신(移木之信) 이라고도 합니다.

남문사목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앙이 모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성의 남문에 높이가 약 10m 되는 나무를 두고 이것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은 황금 열냥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속임수라고 생각하여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에 상앙은 상금을 황금 오십냥을 준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속는 셈치고 이를 행하자 그 자리에서 황금 오십냥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상앙이 이야기한 것을 이에 믿기 시작했고, 상앙은 곧 백성들의 신뢰를 얻자 새변법을 선포했습니다. 새변법은 천도(遷都)에 관한 것, 관작(官爵)에 관한 것, 상호연대책임에 관한 십오(什伍)에 관한 것, 준법(遵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상앙의 변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매가 나타나게 되었고, 후일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하는데 초석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 나라를 잘 다스리는 일에 있어 정치하는 사람들이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일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입니다. 백성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백성은 정치가들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어떤 정권을 갈아치우기도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정치를 하는 정치가들, 혹은 권력가들은 그 지지 기반이 백성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정치가 가능한 것입니다. 독불장군은 정치 자체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에 있어 백성들의 지지가 너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입니다. 아무리 백성들의 지지가 있다 해도 하나님의 도우심과 지지가 없으면 선하고 의로운 정치는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에 정치가는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성경은 그 예로 다윗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저희가 왕을 구하거늘 하나님이 베냐민 지파 사람 기스의 아들 사울을 사십 년간 주셨다가 폐하시고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증거하여 가라사대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만나니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 내 뜻을 다 이루게 하리라 하시더니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이 사람의 씨에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구주를 세우셨으니 곧 예수라”(행 13:21-23)

이새의 아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合)한 정치가였습니다. 하나님 마음에 쏙 든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이후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공의로 정치를 행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나라나 세계를 둘러 볼 때 참 지도자, 참 정치가들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주셔서 하나님 마음에 합(合)한 지도자들을 세워주시도록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문사목(南門徙木) 이야기를 보면서 정치가와 백성간의 신뢰가 대단히 중요함을 기억하되 한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 앞에 신뢰받는 일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함을 기억하며 나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25-04-06T21:04:4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