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이 강한 나라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인에 대해 그들은 이념의 민족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A.D. 68년 6월 9일, 30세 5개월 20일의 생애였던 네로가 죽었을 때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가 무너졌지만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는 지속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로마인은 아우구스투스의 혈통과는 결별했지만 그가 창설한 제정과는 결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설계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그 설계도에 따라 구축하고, 티베리우스가 반석과도 같이 튼튼하게 만들고 클라우디우스가 다듬은 ‘제정’은 네로 사후에도 그 기능을 지속적으로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의 존망(存亡)이 개인이나 영웅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것은 어떤 면에서 건강하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역사를 볼 때 로마는 다른 민족이나 나라와 달리 대단히 조직적인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그들은 “로마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이다.”라고 공언한 것입니다.

영웅이 시대를 평정하고 호령하는 나라는 그 영웅 사후에 상당한 혼란을 겪든지 아니면 몰락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아테네는 페리클레스가 죽음으로써 결국 몰락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헬라의 알렉산더가 요절했을 때에 천하는 그의 부하장군 네 명에 위해 사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의 조직력과 한니발 영웅의 대결에서 한니발이 패했을 때 카르타고는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라의 위기 가운데 영웅의 등장이 나라를 구하기도 하지만 영웅의 퇴장은 나라의 쇠락이나 멸망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로마는 조직력이 멸망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개인이나 나라를 생각할 때 내면이 강한 개인, 내공이 강한 나라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라의 내공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법 질서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며, 사람들의 가치관이 건전해야 할 것이며, 가정이 평안하고 화목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종교가 그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때 그 나라는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어려움으로 나라가 무너지는 경우보다 내부의 부패와 타락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군사력이 강하고, 경제가 부강하며,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다고 해서 나라의 미래가 항상 밝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윤리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고, 각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나라는 상당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러한 면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은혜 가운데 6.25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지금 경제대국 10위권이 되었는데, 절대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생각할 때마다 죽을 때까지 감사해도 부족한 민족입니다. 페허 더미에서 지금의 상황과 국가를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나라를 오늘도 내일도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시도록 끊임 없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감사하며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호국보훈의 달을 지내면서 순국선열들의 피땀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조상들의 희생을 잊지 않게 될 때 내공이 강한 나라로 늘 서게 될 것입니다.

이만용

2023-06-24T20:00: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