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시찰 목회자회에서 역사순례길 탐방이라는 제목으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부암동 교회에서 모임을 가진 후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石坡亭)을 위시한 창의문(彰義門, 북문 또는 자하문이라고도 한다)과 윤동주 기념관 등을 둘러 보았습니다.
1984년 서울에 올라온 후 오랫 동안 살았지만 이곳은 처음 방문이었습니다. 서울에 이러한 장소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움을 느꼈습니다.
창의문을 지나 윤동주 기념관을 관람하고 성 둘레길을 따라 삼애교회까지 올라갔는데, 언덕 정상에서 남산과 주변 북한산과 인왕산 등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전에 남산 아래에서 7년을 살았는데, 멀리 바라다 보이는 남산은 그곳에서 살 때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삼애교회에서 석파정으로 내려오는 동안 만추(晩秋)의 정경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빨갛게 물든 단풍과 노랗게 칠한 듯한 나뭇잎과 사시사철 푸르른 색을 발하는 노송나무는 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순례길을 진행하는 동안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석파정(石坡亭)으로 갔습니다. 석파정은 서울시에서 지정한 유형문화제 26호로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李昰應)의 별서(別墅)로서 원래는 영의정 김흥근(金興根)의 것이었는데, 이하응이 아들 고종을 그곳에서 하룻밤 자게함으로써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을 얻게 된 흥선대원군은 자신의 호도 석파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석파정은 현재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데, 주변 환경이 대단히 아름답고 수려하며 이것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역사순례길 탐방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세계는 변함이 없는데, 오늘 우리 인생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시편 기자는 “나의 때가 얼마나 단촉한지 기억하소서 주께서 모든 인생을 어찌 그리 허무하게 창조하셨는지요”(시 89:47)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의 고백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든 인생은 이러한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흙으로 지음 받은 인생은 그 날 수가 금방 지나가 버리며 참으로 허무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이 그렇게 허무하기 때문에 허무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라고 합니다. 인생의 날이 심히 짧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알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심히 허무하고 짧은 인생의 날을 허무하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영원하신 하나님을 만나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영원하신 분이십니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도 영원합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알게 된 하나님 나라도 영원합니다.
이 사실을 믿고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인생의 허무함 가운데서도 결코 낙심하지 아니하고 승리의 그날을 향해 오늘의 만추(晩秋)도 늘 감사하면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