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묵상(黙想) [2018. 10. 14]

소양(蘇羊) 주기철(朱基徹) 목사님(1897~1944년)의 기도문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곧 “소나무는 죽기 전에 찍어야 푸른 것이고, 백합화는 시들기 전에 떨어져야 향기롭습니다. 이 몸도 시들기 전에 주님 제단에 드려지길 바랍니다”라는 것입니다. 아무나 드릴 수 있는 기도가 아니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일제의 모진 핍박 속에서 주님만 섬기기 원하는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신앙을 가진 사람만이 이러한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1944년 4월 21일 평양형무소에서 49세를 일기로 순교했습니다.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신앙생활 할 수 있고 예배드리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순교자들의 신앙을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작금에 어떤 교회들은 탐욕과 부패 속에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일들을 볼 때에는 더욱 더 그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는 것입니다.

성경과 역사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백성과 하나님의 교회가 정결케 되는 일은 고난이 반드시 동반된 시대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잘못해서 고난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은 믿음 때문에 고난이 다가오고 그것을 겪었을 때에는 정결케 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교회의 생명력은 고난이라는 자양분이 있어야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로마 황제 네로부터 시작하여 디오클레티아누스까지 로마황제 10대 박해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교회는 데린쿠유(Derinkuyu)나 카타콤 같은 지하로 숨어 들어 근 250여년 이상을 지냈지만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그러다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으로 교회가 지상에 올라와서 로마를 기독교화 시켰습니다. 문제는 교회를 향한 핍박과 고난이 없어지고 제도화되고 권력의 비호를 받음으로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에 중세 천년의 역사는 그야말로 영적 암흑기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영적으로 매우 혼탁한 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거나 추구하는 일이 점점 더 소원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믿노라 하면서도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제쳐두고 신비한 것을 추구하고 이기적 신앙행태에 몰두하는 모습들이 허다한 것을 보게 됩니다. 그야말로 성경이 말씀하시는 바 말세지말의 모습을 교회내외에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들마다 부흥과 개혁에 있어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려하는데, 가장 중요한 성경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많은 것들이 중요하지만 지금 이 땅의 교회나 지구상의 수많은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놓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경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위기인 것입니다. 생명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사람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인생이 바뀌는 것입니다. 결단할 때 결단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사는 법과 제대로 죽는 법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의 교회의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성을 바로 정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순교신앙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전무후무한 교회부흥의 시대라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전무후무한 교회위기의 시대로 진입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 재림 전에 전무후무한 부흥이 있을 것이라는 거짓 주장을 믿어서는 안됩니다(눅 18:1-8). 진리는 수(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히려 주님께서는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 7:13-14)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 말씀처럼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은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적은 무리, 좁은 문, 좁은 길, 헌신, 충성, 생명, 고난, 인내, 소망, 사랑, 십자가, 그리고 순교까지… 이러한 단어를 가까이 함으로 하늘나라를 유업으로 얻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18-10-15T18:20:4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