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대학시절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읽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토마스 카알라일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그를 향한 찬사는 대단히 많습니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Indian Empire will go, at any rate, some day; but this Shakespeare does not go, he lasts forever with us.”((잉글랜드가) 인도는 언젠가는 잃게 되겠지만, 셰익스피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1610년에서 1611년 사이에 집필되었다고 전해지는 ⌜더 템페스트(The Tempest, 폭풍 혹은 맹풍이란 뜻)⌟라는 희곡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1963)는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라는 작품을 써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헉슬리는 자신의 이 작품 안에서도 셰익스피어의 ⌜The Tempest⌟에 나오는 내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곧 “얼마나 많은 훌륭한 인간들이 여기에 있는가! 노래 속의 가사가 그를 야유하듯 귀에 울리고 있었다.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 멋진 신세계여…’(템페스트 5막 1장 중에서)”라고 인용하고 있습니다.
헉슬리는 영국이 낳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 는 제목만 보면 이상향, 유토피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헉슬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이상향이 아닌 비이상향의 세계를 그리면서 20세기 이후 인간의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해 오게 될 전체주의 정치체제 하에서의 삶을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곧 셰익스피어의 ⌜The Tempest⌟에서 제목을 빌어오기는 했으나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헉슬리는 인간의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오히려 비인간화되어 그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한 가운데 그 사실 조차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시대를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의 종교, 철학, 학문, 고독, 사랑, 가정, 즐거움 등의 모든 것이 금지되고 감추어진 가운데 전체주의 지배자의 통제 하에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유지되고 이루어져가는 이상한 이상향을 그리면서 그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올더스 헉슬리는 ⌜1984⌟를 통해 빅 브라더가 통제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담았던 조지 오웰과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나 조지 오웰은 위선적이며 가장된 장밋빛 미래 사회의 통제와 부작용과 비인간화에 대한 경고를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담 이후 모든 인간은 죄의 값으로 인해 사망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 이상향(유토피아)을 추구하는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를 위해 사상과 이념을 만들어내고 실험적 공동체를 만들어 추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공산주의라는 사상에 근거한 사회는 나름 이상적인 국가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현신을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소련의 역사와 붕괴는 유물론 사관에 입각한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상의 허구와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유토피아 사회가 건설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유토피아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진정한 유토피아는 우리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처럼 주님이 다스리시는 그 나라에서만 이루어지 수 있는 것입니다. 천국은 주님이 다스리시는 사랑의 나라인데, 그곳은 죄와 타락과 질병과 고통과 아픔과 눈물 등이 없는 진정한 이상향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신앙생활의 근본적 동기와 근거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번 세상에 왔다고 주님께도 돌아가게 되는 인생길에 사람들이 주장하는 어떤 주장, 주의 등에 혹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과 약속만 신뢰하면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이상향의 세계를 바라보고 승리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 “멋진 신세계”는 아직 오지 아니했으며, 그것은 주님과의 만남 속에 이루어지고 경험되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