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과 쇠퇴

「법의 정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계몽주의 사상가로 불리는 몽테스키외(Charles de Montesquieu, 1689~1755년)가 있습니다. 그는 「페르시아인의 편지」라는 소설을 써서 자신이 살던 당시 프랑스 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판하여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집에 20여년 동안 칩거하면서 두 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그것이 「법의 정신」과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입니다. 무엇보다 그의 사상적 배경이 된 것은 고대 로마와 로마인이었습니다. 그는 「로마의 성공, 로마제국의 실패」에서 기원전 753년 로마건국부터 동로마제국 멸망인 1453년까지 근 2쳔여년 역사를 다루면서 로마제국의 번영과 쇠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몽테스키외는 다른 로마사가들의 주장과 달리 로마의 쇠락은 번영에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곧 로마가 이탈리아를 넘어 알프스 산맥을 넘고 바다를 건너 이민족을 정복하며 팽창하기 시작할 때를 쇠락의 출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내부의 분열과 혼란이 로마제국 쇠락의 주 요인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로마제국은 자기 제어 메커니즘의 붕괴로 멸망했다”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분열이라는 것은 늘 있어 왔으며, 로마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로마의 번영이 로마의 쇠락을 불러왔는데, 번영으로 인해 온갖 분란이 일어났으며, 내전을 격화시켰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언급하면서 어느 한 민족의 공격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주변 모든 민족이 한꺼번에 공격해 옴으로써 멸망했다는 것입니다.

몽테스키외가 전단하고 있는 로마제국의 쇠퇴 원인에 대한 분석을 모두 다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되새겨 보아야 할 주장임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개인, 사회, 민족, 국가, 나아가 교회 역시 번영의 시기에 타락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성경과 역사를 통해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다윗은 사울의 칼날을 피해 다녔을 때에는 영적으로 깨어 있었고 철저하게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왕이 되고 난 후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밧세바와의 간음 사건이 일어나고, 하나님의 책망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솔로몬 역시 왕이 되어 초기에는 잘 했지만 점점 더 잘되어 가는 가운데 타락해 간 것입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역시 하나님 앞에 교만하다가 쫓겨나게 되고 후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단 4장).

이에 사도 바울은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잠언 기자 역시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고 말씀합니다.

오늘 이 땅의 교회들의 모습을 보면 하나님의 탄식이 느껴지게 됩니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망각한 채 각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모습이 너무나 많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교회 내 신앙의 순수함과 거룩성을 잃어버리고 세속적인 생각과 물질주의 등의 사고로 팽배한 것은 그야말로 성전을 깨끗케 하신 주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합니다.

사람의 일생이건 어느 조직이나 모임, 민족과 국가와 교회건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존재의 본질이 변질되어 가거나 왜곡될 때에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영원하지만 역사 속에 존재한 교회들이 섰다가 사라지고. 다시 섰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어느 시대건 교회가 교회 사명을 감당치 못하면 주님 말씀처럼 촛대를 옮긴다는 것입니다(계 2:5). 번영과 쇠퇴는 한 나라나 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의 교회와 오늘날의 교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만용

2023-07-12T19:04:2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