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고 기대하며[2018. 12. 23]

조선후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이었던 이덕무(李德懋, 1741~1793)는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한 해를 보내는 감회를 기록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가 쓴 “신사년 섣달 그믐날”이라는 시(詩)가 있는데,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대한 것보다 새해를 향한 그의 작은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向嘵燈影欲疎(향효등영욕소) 새벽이 밝아오니 부엌 불빛 하나둘 커지고
隣人來賀五更初(린인래하오경초) 이른 아침부터 이웃 사람들이 와서 축하인사를 하네
齊言今歲李居士(제언금세이거사) 한결같이 말하기를 올해에 이李 거사는
得見平生未見書(득견평생미견서) 평생에 못 본 글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하네.

이 시는 이덕무가 학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18년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을 체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믿음이 더 강해지고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인생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순식간에 흐르는 우리 삶 가운데 영원한 세계를 사모하며 나아가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도서 기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본향을 향한 그리움으로 직결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저희가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이 저희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고 저희를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5-16)고 하면서 믿음의 선진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시점에서는 언제나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지나온 날을 뒤돌아보면서 후회함이 없는 인생길을 살아온 사람은 복된 것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세상에 궁극적 소망을 두지 않고 영원한 세계를 위해 산 사람은 복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삶에 있어 하나님 앞에서 계산할 때가 있습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은 칭찬과 상급을 받을 것이며, 악하고 게으른 종은 책망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앞으로 전개될 미래의 삶의 모습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신앙생활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소박한 소망은 하나님을 더 잘 아는 것에 공통된 목표가 맞추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18-12-30T20:16:2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