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혜와 사상을 압축적으로 모아 좋은 책은 동서양을 합하여 대략 140~150여권 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전이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데, 역사, 철학, 문학 등의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양고전에 있어 사상의 깊이와 넓이에 대해 가장 놓은 지위를 점하고 있는 책은 학자들마다 각기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논어」(論語), 「노자 도덕경」(道德經), 그리고 「주역」(周易)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책들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해석과 주해가 있어 왔는데, 「노자도덕경」의 주해로 이름을 떨친 사람은 위(魏)나라왕필(王弼, 226~249)로 볼 수 있습니다.
왕필은 이미 10세부터 노자를 좋아하고 논변을 잘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가 「노자주」를 쓴 것은 18세 때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역주」는 그의 나이 22~24세때 썼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왕필은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자 도덕경」에 대한 왕필의 주는 우리나라 말로도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차례는 1)노자 도덕경 상편, 2)노자 도덕경 하편, 3)노자지략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는 노자지략(老子指略)을 통해 그가 자신의 주해 속에 무엇을 지향히고 있는가를 요약해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문장인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으로 시작하는 「노자 도덕경」은 상편과 하편은 전체 81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노자지략”이 있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는다고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읽고 묵상해 보아야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노자지략”(老子指略)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老子之書, 其幾乎可一言而蔽之. (노자지서, 기기호가일언이폐지.)
噫! 崇本息末而已矣. (희! 숭본식말이이의.)
觀其所由, 尋其所歸, 言不遠宗, 事不失主. (과기소유, 심기소귀, 언불원종, 사불실주.)
文雖五千, 貫之者一, 義雖廣瞻, 衆則同類. (문수오천, 관지자일, 의수강첨, 중즉동류.)
解其一言而蔽之, 則無幽而不識. (해기일언이폐지, 즉무유이불식.)
이를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거의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근본을 높여서 말단을 그치게 하는 것’(崇本息末(숭본식말)일 뿐이다. 연유하는 것을 살피고 귀결되는 것을 살피면, 말이 근본에서 멀어지지 않고 일 처리가 근본을 잃지 않는다. 노자의 글이 비록 오천 글자이나 그것을 꿰뚫는 것은 하나(一)이며, 의미가 비록 넓고 넉넉하지만 많은 것이 같은 종류이다. 그 한마디를 설명하면, 어둡지만 알지 못함이 없다는 것이다.”
곧 숭본식말(崇本息末), 곧 근본을 높여서 말단을 그치게 하는 것을 노자(老子)는 그의 「도덕경」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도”(道)를 강조합니다.
일반적으로 노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는데, 하나님의 자녀된 성도는 이러한 것은 참고로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리를 이미 알고 믿고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숭본식말(崇本息末)을 우리의 신앙생활에 적용해 보면 아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도의 근본은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이시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으신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을 아는 것에서 시작하여 인간타락, 구원역사, 영원한 세계까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을 성경은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이에 독서하기 너무나 좋은 가을에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묵상하고 배우고 가르침으로 인해 근본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며, 영원한 생명을 얻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