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9. 5. 5]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子曰 詩三百, 一言而蔽之, 曰 ‘思無邪’(자왈 시삼백 일언이폐지 사무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를 번역하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경」(詩經)에 있는 삼백편의 시를 한마디로 이야기면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는 것이다”로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시」(詩), 「서」(書), 「예」(禮), 「악」(樂), 「역」(易), 「춘추」(春秋)라는 육경(六經)을 교본으로 하여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시(詩)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는 「논어」에서 언급한대로 시를 이야기하고 중요시하며 즐기는 사람은 인간 감정의 가장 순수한 면을 고양시키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詩)란 인간 감정의 가장 솔직한 표현가운데 하나로써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공자는 「시경」(詩經)을 유가의 전범(典範)으로 삼았으며, 맹자와 순자 역시 「시경」(詩經)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세계 많은 나라에 시(詩)와 소설을 쓰고 비평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시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이 있습니다. 그의 본명은 정식(廷湜)입니다. 그는 고향의 자연을 노래하면서 인간 근원의 감정과 삶의 본질적인 면을 표현했으며, 나아가 민족의 한(恨)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쓴 산유화((山有花)라는 시가 있습니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일제식민시대에서 산유화를 감상하는 것과 이 시대에 산유화를 감상하는 것은 느낌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에 지금 산유화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것은 사계(四季)의 순환 속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섭리가 너무 감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봄이 꽃이 피게 하심으로 그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주시고자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꽃을 피우시되 그냥 피우시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잎이 나게 하시고 꽃망울이 맺히게 하시고 서서히 피게 하시며 향기가 나게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온 세상에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통해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찾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꽃이 피고 난 후 지게 하심으로 인생 자체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임도 알게 하시는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 인간사 역시 영원치 않음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시편이 있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와 이스라엘 민족의 고난과 기쁨과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시편은 신앙생활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다방면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경」(詩經)도 중요하고, 많은 시인들의 시(詩)도 중요하고, 우리가 직접 쓴 시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詩)는 기록되고 표현된 시(詩)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세계에 대한 소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 인생(人生) 자체가 한편의 시를 쓰고 있는 작업인지 모릅니다. 모두 멋지게 신앙고백적인 시를 써 내려감으로 후일 주님과 함께 승리의 그날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19-05-11T17:17:3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