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2021.05.02]

매년 5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입니다. 이번 주간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저의 어머니를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어머니 손은 약간 과장하면 솥뚜껑만합니다.

저의 어머니 손은 이미자 씨의 노래 제목처럼 여자의 일생을 담고 있는 손입니다. 저와 연관하여 보면 어릴 적 기억에 어머니께서 누런 종이를 한 가득 가져다가 풀을 붙여 봉투를 만드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훤합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렵게 살았던 시절 어머니 손은 우리 가족을 위해 희생한 손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누런 설탕을 한 다라이(대야) 가져 오셔서 호롱불을 켜 놓고 조그마한 비닐에 한 숟가락씩 담아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설탕을 비닐에 넣는 아르바이트를 한 어머니 손은 자녀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손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가야 하는데 먼지 묻은 신을 신고 가만 있던 저를 보시고 먼지를 털어 주던 어머니 손은 어리고 철없는 아들을 보듬어주신 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아침을 먹지 못하고 학교를 갔는데, 점심때 어떤 아주머니가 냄비를 들고 학교 정문을 들어섰습니다. 저의 어머니였습니다, 냄비를 걸쇠에 기워 교실로 오셨는데, 그 냄비 안에는 맛있는 라면이 있었습니다. 라면은 당시 복숭아 통조림과 함께 아플 때 먹는 별미였습니다. 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가득 사면서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손은 아파서 밥을 먹지 못하고 학교간 아들만 눈에 보여 뜨거운 라면을 가지고 온 무조건 무조건의 손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자식들이 밤에 잠을 자던 중 연탄가스에 취해 아침에 세상을 떠날 위기 속에 김치국물을 급하게 떠 나르던 어머니의 손은 절망과 희망을 오락가락하던 손입니다.

군대 간 아들 훈련소 생활 후 소식이 없을 때 날마다 장독대에 올라가셔서 아들 소식 기다리며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하며 두 손 모은 어머니의 손은 불의한 재판관을 찾아갔던 과부와도 같은 심정의 손이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고 공부했는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좋아지지 않자 고동(골뱅이)이 시력을 회복시켜 준다며 틈만 나면 개울가에 가서 솥뚜껑만한 손으로 아주 조그마한 고동을 줍고 삶고 알갱이를 꺼내 냉장고에 얼리고 보내 주신 전투적인 손이었습니다.

결혼한 아들이 보고 싶고 말하고 싶어도 솥뚜껑 만한 손이 전화기 패드에 눌려지지 않을까 아주 절제하던 절제의 손이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누르고 싶은 번호를 절제하고 있는 손입니다.

세월이 흘러 천국의 초대장이 가까워 온 이때에도 어머니의 손은 여전히 자식들을 위해 하나님 아버지께 두 손 모으고 있는 간구의 손입니다. 목사인 아들이 기도할 때 어린 아이처럼 아멘 소리도 크게 하십니다.

여자의 일생을 담고 있는 제 어머니의 손은 사랑입니다. 자식을 위한 눈물입니다. 우리 가족의 희노애락을 대변하는 손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옷자락을 붙드는 손입니다.

잠언 기자는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 23:25)고 하십니다.

5월 어버이날을 맞이할 때마다 저는 이 말씀 앞에서 가장 자신이 없어집니다. 어머니 손을 볼 때마다 저는 언제나 불효자식입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이만용

2021-05-01T21:37:1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