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은혜를 간구해야 합니다

로마 역사에 있어 가장 강성하고 번영했던 시기를 통치한 황제들 다섯 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곧 네르바(재위 A.D. 96~98), 트라야누스(재위 A.D 98~117), 하드리아누스(재위 A.D. 117~138), 안토니누스 피우스(재위 A.D. 138~16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재위 A.D. 161~180)황제가 통치한 시기입니다. 후세는 이 시기를 오현제(五賢帝)의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로마 황제의 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국가의 안전보장, 내치(內治),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라고 트라야누스 황제 시절 소아시아 출신의 그리스인 디오 클리소스토무스는 이야기했습니다. 로마 역사에 있어 이러한 황제의 책무를 오현제 시대에 가장 잘 이행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로마인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트라야누스 황제 당시 소(小) 플리니우스는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먼저 도발해서도 안됩니다”(Nom times bella nec provocas)라고 했습니다. 로마군은 훈련으로 가장 유명했습니다. 역사상 그들은 다른 어느 나라의 군대보다 훈련을 철저히 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실전과도 같았으며, 실전은 피를 흘리는 훈련과도 같았습니다.

로마 황제들과 로마인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황제가 가장 우선적 책무가 국가의 안전보장이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로마본국과 속주의 통치 역시 황제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였습니다. 속주반란 같은 것이 일어나게 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황제의 역량평가가 나오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라고 할 수 있는 로마 본국과 속주의 공공사업 역시 중요한 황제의 책무였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현대의 고속도로와도 같은 ‘가도’를 로마전역에 그물망처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로마제국을 통치한 것입니다. 로마인이 만든 ‘길’은 그들의 국가동맥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길’만 만든 것이 아니라 공공건물, 신전, 항만, 광장, 회당, 목욕탕,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수도 등 다방면에 걸쳐 종합적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만들고 구축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의 중심에는 로마 황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지도그룹과 로마시민이 있었습니다.

로마사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 세상의 나라들 가운데 어떤 나라건 번영의 시기를 누릴 수 있는 시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5천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 긴 역사 가운데 번영했던 시기가 어느 때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 사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 시대가 역사상 가장 번영을 누리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비록 분단된 조국의 모습이지만 우리는 경제적으로, 외교안보적으로, 교육수준 면에서, 예술 문화적인 방면 등에서 세계 속에 그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필요한 사실은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고 겸손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지나고 있습니다. 6.25사변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경제 10위의 대국이 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현재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목숨까지 바쳐 지킨 순국선열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민족을 지속적인 은혜 가운데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이만용

2023-06-14T19:26:1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