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것[2019. 2. 2]

중국천하를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秦始皇)은 한비자(韓非子)의 「고분」(孤憤)편 과 「오두」( 五蠹)」편을 읽고 한비자를 간절히 만나기를 원했습니다. 여기 ‘고분’(孤憤)이란 ‘홀로 분격해 한다’는 뜻인데, 세상에 분노하고 세속을 질책한다는 것입니다, 한비자는 ‘고분편’에서 법술지사들이 원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세상에 쓰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오두’(五蠹)란 ‘다섯 마리의 좀(벌레)’이란 뜻인데, 이는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만드는 사람을 비유한 것입니다. 한비자는 ‘오두’(五蠹)로는 인의도덕에 근거한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儒家)와 세객(說客), 종횡가(縱橫家),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의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해치는 유협(游俠), 그리고 공권력을 믿고 조세나 병역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권문세족(權門勢族),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商工人)을 들고 있습니다.

후에 이사(李斯)의 모략으로 진시황을 만나러 왔다가 옥에서 비명횡사한 한비자였지만 그의 사상은 이사(李斯)를 통해 진시황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천하가 통일된 것입니다. 「한비자」(韓非子)에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그 가운데 군주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한비자가 「도좌춘추」(檮左春秋, 춘추의 일종인데 현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함)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는 것이 나옵니다. 곧 “군주가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절반도 안된다”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군주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많을수록 군주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군주가 죽기를 바라는 것은 그를 증오해서라기보다는 이익이 자기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주는 가장 가까이 있는 왕비, 후비, 태자, 친척 등을 늘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사람들은 미워하고 증오하는 자를 비방하지만, 재앙은 사랑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한비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윗 왕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그의 패역한 아들 암논이 이복여동생 다말을 강한한 것과 이로 인해 암논을 죽인 압살롬, 그리고 압살롬의 반역 등인데, 이는 다윗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들로 인해 일어난 일들입니다. 그런데 역사가는 이러한 사건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곧 “그 후에 이 일이 있으니라”(삼하 13:1상반절)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법궤를 모셔 올리고 난 후 자기 집에 갔을 때 부인 미갈로부터 엄청난 업신여김을 당한 일이 있고 난 후, 밧세바와의 동침 사건이 있고 난 후, 밧세바의 남편인 충성된 우리아를 살인교사하고 난 후, 그리고 밧세바와의 다윗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죽고 난 후, 암논의 다말 강간 사건이 있었고, 후에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반역을 꾀하고 압살롬 역시 죽임을 당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가는 다윗 이야기를 단절(斷絶)된 것으로 보지 않고 연결성을 가지고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곧 “그 후에 이 일이 있으니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국 다윗의 가정사에서 일어난 엄청난 재앙은 온 나라 전체가 휘말려 들어가는데, 왕이라는 위치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입니다.

이러한 다윗의 이야기를 보면 그에게는 정말 사랑하는 자로부터 재앙이 온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무엇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자기 마음을 지키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잠 4:23, 막 7:18-23, 렘 17:9-10등). 아무리 미갈이 자신의 심정을 긁어놓았다고 해도 후에 밧세바와의 관계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다윗은 모든 것이 잘 되어 간다고 생각했을 때 넘어졌습니다. 곧 해가 돌아와서 왕들의 출전할 때에 그는 부하들과 같이 전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나서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삼하 11장).

사울의 칼날을 피해 다닐 때에는 새벽을 깨우던 다윗이었지만 주변 나라들을 복속시키고 만사형통하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영적으로 무디어지고 급기야 사고를 치고 만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다윗은 자신의 마음 지키기에 실패함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일어났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가족, 친구, 이웃, 동료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자신의 마음’ 지키기를 잘 함으로써 승리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만용

2019-02-01T17:48:3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