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추비배(疾趨卑拜)[2019. 3. 31]

관자(管子, B.C.725~645, 이름은 이오(夷吾), 자는 중(㑖))로부터 시작해서 공자, 묵자 맹자 계열로 내려오는 유가계열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한계열은 관자로부터 시작해서 노자, 장자 등으로 내려오는 노장계열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가와 노장계열 모두가 제나라 직하학궁에 모였던 사상가들로 인해 거의 하나의 집대성을 이루게 되는데, 그 중심에 순자(荀子, B.C. 300~ 230경)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위 그의 제자라고 알려져 있는 한비자(韓非子, B.C. 280~233)가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한비자를 순자의 제자로 이야기하지 않기도 합니다. 어떻든 한비자라는 인물은 탁월했는데, 그가 쓴 고분(孤憤)과 오두(五蠹)편을 읽고 진시황이 그를 진심으로 만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한비자가 쓴 “해로”(解老)편이 있습니다. 이것은 「노자」(老子), 곧 「도덕경」(道德經)을 풀이해 놓은 것입니다. 곧 노자사상을 설명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비자가 인(仁),의(義), 예(禮)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는 인(仁)이란 기꺼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義)란 왕과 신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그 직분의 일을 하는 것이고, 아버지와 아들의 귀하고 천한 차이이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사이의 교분이며, 친근한 사람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자를 가까이 할 것인가 멀리할 것인가를 구분하는 준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禮)는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진정한 예(禮)는 “질추비배”(疾趨卑拜)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곧 마음속으로만 흠모해서는 안되고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질추(疾趨), 빨리 달려가는 것) 몸을 낮추어 절을 함으로써 그 마음을 상대방에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비자」(韓非子)을 읽고 생각해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진정한 예(禮)라는 것은 마음이 다해야 하는 것인데, 하물며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자세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중심(中心), 곧 마음을 살피시는 분이십니다(삼상 16:7, 렘 17:10등). 하나님 앞에서의 우리의 동기(動機)를 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 6:5)고 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율법의 가장 중요한 정신과 가르침을 말씀하실 때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 22:37-40)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함에는 우리의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 자세와 행동은 신앙생활의 모든 명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하나님 앞에 예배드릴 때 정말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찬양과 기도와 정성을 드려야 합니다. 하나님을 너무나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주님 전(殿)으로 나아와야 합니다, 곧 신앙적인 “질추비배”(疾趨卑拜)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할 때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예배를 기뻐 흠향하시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과 삶 속에 하나님과 사람을 향하여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자세를 늘 훈련하고 또 적용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19-03-31T19:34: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