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친구 [2018. 11. 4]

조선후기 문인이며 실학자요 박학으로 아주 유명했던 이덕무(李德懋, 1741~1793)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에 관한 글과 사상 및 인품을 볼 수 있도록 뽑아서 책으로 엮은 것 가운데 「책에 미친 바보」(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미다스북스, 2011년) 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 내용 가운데 친구(벗)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모름지기 벗이 없다고 한탄하지 마라. 책과 함께 노닐면 되리라. 책이 없다면 구름과 노을이 내 벗이요, 구름과 노을이 없다면 하늘을 나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맡기면 된다. 갈매기마저 없다면 남쪽 마을의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친해지면 될 것이고, 원추리 잎사귀 사이에 있는 귀뚜라미도 구경하며 좋아할 만하다. 내가 아끼더라도 시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면, 이 모두가 내 좋은 벗이 될 수 있다. 끼니마다 밥을 먹고, 밤마다 잠을 자며, 껄껄대며 웃고, 땔나무를 해다 팔고, 보리밭을 김매느라 얼굴빛이 새까맣게 그을렸을지라도 천기(天機,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나 성질)가 천박하지 않은 자라면 나는 장차 그와 사귀리라.”

이덕무는 박제가, 이서구, 유득공, 남공철, 성대중, 이광석, 반정균, 이조원, 이정원, 당낙우, 이기원 등 자신의 벗들에게 전체 238편의 척독(尺牘, 짧으면서도 서정적인 편지글)을 보냈다고 합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친구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어떤 친구를 만나고 있는가가 그 사람을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잠언 기자는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잠 27:17)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친구는 사랑이 끊이지 아니하고 형제는 위급한 때까지 위하여 났느니라”(잠 17:17)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데 있어 친구, 부부, 부모형제, 자녀, 친척, 형제 자매, 이웃, 동료 등 모두가 소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합니다, 사람이 외톨이가 되어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갈수록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홀로 살아가는 가정도 해마다 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은 여러 가지 형편으로 인해 친구나 가족과 교제할 수도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참된 친구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시대풍조가 바뀐다고 할지라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당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친구가 기꺼이 되어 주셨습니다. 곧 세리와 창녀들, 가난한 사람, 버림받은 사람들의친구도 되어 주신 것입니다(막 2:13-17, 눅 7:33-34, 요 11:11 등).

우리 주님은 친구된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나아가 인생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목숨까지 버리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 (요 15:13-15)고 하십니다.

참 친구되신 주님은 주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과 잠시 동안 사귀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교제를 원하십니다. 이에 사도 요한은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함이라”(요일 1:3)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가 우리에게 약속하신 약속이 이것이니 곧 영원한 생명이니라”(요일 2:25)고 말씀합니다.

우리의 참 친구되신 주님과의 영원한 교제를 기대하며 오늘도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복된 것입니다.

 

이만용

2018-11-15T23:05:1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