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정치가요 역사가인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A.D. 55(?)~120(?))가 집필한 책은 「게르마니아」(Germania, 정확히는 ‘게르마니족의 기원과 거주지’) 「역사」(Historiae), 「연대기」(Annales, 정확히는 ‘신격화된 아우구스투스 황제 사후의 연대기), 「아그리콜라」(Agricolae, 정확히는 ‘아그리콜라의 생애’), 「웅변가들에 관한 대화」(Dialogus de oratoribus)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짧다고 볼 수 있는 「게르마니아」는 당시 게르만족의 기원과 그들이 살았던 주거지와 각종 제도, 사생활 그리고 구체적으로 게르만족이라 불린 부족들에 관해 이야기가호 있습니다. 게르만족은 오늘날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의 앵글로색슨 족까지 광대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를 집필한 이유는 당시 윤리도덕적으로 타락한 로마인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던 게르만족의 생활방식과 관습을 대조 비교하면서 로마인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게르마니아」는 일종의 민족지(民族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키투스는 「게르마니아」 4장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곧 “개인적으로 나는 게르마니아 주민들은 다른 종족과의 혼인으로 피가 섞이지 않았으며, 유례없이 순수한 특별한 종족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견해에 동조한다…”라는 부분입니다.
타키투스의 이런 기록을 후대 나치정권은 악용하여 우생학의 바이블처럼 떠받들어 비극을 자아낸 것입니다. 순혈주의와 우월주의를 강조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12장의 게르만족의 민회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포함하여 각족 범죄에 따른 형벌 부분을 악용하여 인종청소를 정당화시킨 것입니다. 타키투스의 원래적 의도와는 아무 관계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입니다.
한 권의 책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그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 시대에 맞게 자신들의 정치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남용 한 예는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는 지금도 제국의 패권추구에 논리의 근거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인간 경험과 삶의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은 이런 면에서 대단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지혜롭게 보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기록된 자료나 책에 대한 연구와 공부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대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의 지혜를 담고 있는 보고(寶庫)라고 불리는 인문고전(人文古典)을 살펴보면서 얻게 되는 유익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한계를 늘 느낍니다. 아무리 탁월한 인간의 사상이나 지혜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이 주는 것을 결코 넘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중요한 영원한 생명의 길은 그 어떤 인문고전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면 그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합니다. 어거스틴 같은 경우는 철학을 넘어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인문고전 공부는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지혜와 용기를 부단히 공급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 한계를 깨닫게 하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진정 가장 귀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요 20:31)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문고전이 주는 지혜를 넘어 성경은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서’(書)임을 명시해주는 것입니다. 이에 성경을 생명의 말씀으로 분명히 확신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