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2017.09.24]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12장에 거피취차(去彼取此, Throw it aside and take this!)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오색(五色), 오음(五音), 오미(五味), 마음껏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것, 얻기 어려운 재물 등의 배부름과 같은 실속, 눈치레 같은 겉모양을 차리지 않는, 곧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저기 멀리’ 존재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탐하는 것과 지배 이념을 버리고, 바로 ‘여기 존재하는’ 네 자신으로 돌아와 이것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거피취차(去彼取此)의 의미를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으나, 노자(老子)가 주장하고자 했던 원래적 의미에 관해서는 서로간에 크게 벗어남이 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피취차(去彼取此)를 주님의 말씀과 연결시켜 보았습니다. 곧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마 10:37-38)는 말씀입니다. 나아가 “또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마 19:29)는 말씀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속에서 거피취차(去彼取此)는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예비하신 은혜와 상급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성도는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나라에 있는 것입니다(빌 3:20).

이 세상은 나그네 인생길입니다. 나그네 인생길은 더 더욱 거피취차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그러나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이익이 되느니라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6-8)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잠시 왔다가 머물고 가는 인생길에 욕심을 버리고 주의 뜻을 준행하는 가운데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만 용

2017-09-24T22:06:3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