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臥薪嘗膽) [2020. 4. 26]

춘추시대 말기에 서로 이웃하고 있던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원수처럼 싸우고 있었습니다. 오나라 왕 합려(闔閭)는 그 유명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인 손무(孫武)와 명장 오자서(伍子胥)의 보필로 춘추 오패의 반열에 오르는 강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나라 왕 합려가 재위 19년에 월나라와 전쟁하던 중 부상을 당하고 죽게 됩니다.

이에 합려의 후계자가 된 그의 아들 부차(夫差)는 원수를 갚기 위해 군대를 훈련시키고 전쟁 준비를 합니다. 그러던 중 월왕 구천((勾踐)이 먼저 부차를 공격하여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게 되고 월나라는 신복의 예를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고 3년 동안 마굿간에서 절치부심하게 됩니다. 심지어 부차가 병이 들었을 때 그의 대변까지 맛보며 병을 간호하면서 완벽하게 부차를 속이고 결국 월나라로 돌아오게 됩니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오나라에서의 치욕을 잊지 않고 원수를 갚기 위해 겉으로는 오나라를 섬기지만 속으로는 군사를 양성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월왕 구천은 이때 “와신상담”(臥薪嘗膽)하게 됩니다. 여기 한자는 누울 와(臥), 섶 신(薪), 맛볼 상(嘗), 쓸개 담(膽)인데, 이는 “땔나무(섶) 위에 눕고, 쓸개를 맛보다”란 뜻입니다. 오나라에 원수 갚은 그 날을 생각하면서 구천은 왕으로서 누릴 수 있는 평안함이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와신상담하면서 칼을 갈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월왕 구천은 준비된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로 쳐들어가 멸망시키고 그 후 여세를 몰아 제후들을 굴복시키고 춘추시대 최후의 패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근거는 증선지의 「십팔사략」(十八史略)이나, 사마천의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勾踐世家)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역사가 흘러오면서 어떠한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오늘을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말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성경이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건 그 시대에 큰 뜻을 이루고 족적을 남긴 인물들은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요셉, 모세, 다윗 등이 그러했고, 많은 선지자들이 그러했습니다. 신약시대에는 주님의 제자들과 초기 교회의 성도들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러한 믿음의 선진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히 11장).

일반 역사에서도 고난의 시간을 감내하고 이겨냄으로써 마침내 성공하여 대업을 이룬 사람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경이나 역사 속에 탁월한 인물만 아니라 일반 성도로서 이 땅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때론 와신상담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때가 없이 평온하게 세상에서 신앙생활하고 하나님 나라에 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내일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에 범사를 감사한 가운데 영적 전쟁의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영적 경각심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자세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경주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저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1-2)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 어떤 환경에서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끝까지 믿음으로 승리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20-05-20T09:43:4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