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신학[2020.08.09]

지난 한주간은 원래 제 84회 수문앞성경대강좌(성경통독사경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당분간 연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나름 성경 몇 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시에 신학 서적도 몇권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화란에서 출생하여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여 후에 칼빈신학교의 교수로 재직한 루이스 벌코프(Louis Berkhof)의 「조직신학」(Introduction to Systematic Theology)입니다. 조직신학으로 번역되었지만 교의학이라고도 합니다. 조직신학 혹은 교의학은 교회가 수용한 ‘교의’(Dogma)를 다루고 있습니다. 교의는 “내가 보기에 어떠하다,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나는 이렇게 확신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의가 기독교신앙의 본체는 아닙니다. 성경에는 교의가 표현할 교리적 가르침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교의 그 자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벌코프는 종교적 교의의 주자료는 성경에서 나오며, 교의들은 교의적 성찰의 산물이며, 교회가 공적으로 인정한 것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교회에 교의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곧 (1)성경이 진리를 기독교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과, (2)교회의 통일성이 교리적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3)교회의 의무가 교리상의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4)세상에서 교회의 위치가 일치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5)경험이 교의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벌코프는 교의학(조직신학)의 분류와 논의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곧 (1)신론(하나님에 관한 교리), (2)인간론(인간에 관한 교리), (3)그리스도론(그리스도에 관한 교리), (4)구원론(구원의 적용에 관한 교리), (5)교회론(교회에 관한 교리), (6)종말론(마지막 일들에 관한 교리)입니다.

신학은 교회를 세우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학이 잘못되면 교회가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모든 신학은 성경에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신학에서 성경의 진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성경의 진리가 교회를 낳은 것이지 교회가 진리를 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신학은 성경의 진리로 검증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령 하나님의 감동하심으로 기록된 성경만이 유일무이한 하나님의 말씀이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역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많은 신학적 주장에 근거한 신학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신학은 그 역할이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증거 하는 일을 하는 것임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신학으로 성경의 권위를 깎아 내리는 일들도 있어 왔습니다. 인간의 이성과 사유와 철학적 주장이 신학과 혼합되어 성경의 권위를 공격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역시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럽이나 미국, 나아가 우리 한국교회 역시 신학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혼동이 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의 수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게 만들었고,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원인을 생명의 말씀, 진리의 말씀, 구원의 말씀, 영생의 말씀, 은혜의 말씀, 능력의 말씀인 성경을 제쳐두고 신학이 오히려 주인노릇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과 성경의 위치가 바뀌어 이러한 현상을 불러오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신학적 주장이라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하거나 그 우위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끔씩 신학 서적들도 읽어보고 공부하는 것도 신앙생활의 자극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전공과목보다 신학서적을 더 좋아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서 다시금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회상해보는 시간을 가진 지난 한 주간이었습니다.

이만용

2020-09-02T20:54:0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