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 역사에 상설 시장이 서기 전에 보름, 열흘, 혹은 닷새나 사흘 간격으로 각 지역마다 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이 섰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오일장(五日場)입니다. 오늘날도 지방 여러 곳에서 오일장이 서고 있습니다.
제 어머님이 사시는 곳인 영주에도 바로 집 앞 거리에 아주 큰 오일장이 서고 있습니다. 오일장이 설 때 구경을 가면 아주 다양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많은 분들이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선, 뻥튀기, 센베이, 다양한 공구류, 모자, 양말, 과일 등 아주 다양한 물건들이 오일장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릴 적에도 고향에서 오일장이 설 때에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물건을 매매하는 것을 본 경험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오일장에 온 분들은 그날이 거의 잔치날과도 같아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을 추억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멀리 시골에 있는 친척들이 오일장을 맞추어 왔다가 몇날 며칠을 묵고 갔던 것도 기억합니다. 저의 어머님은 그분들의 식사를 챙기느라 큰 가마솥에 국과 밥을 해서 대접하느라 몇날 며칠을 애쓰시던 것이 지금도 눈에 생생합니다.
각 지방 단위로 규모가 다르지만 이렇게 오일장이 많이 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통해 보면 한 나라 자체가 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은 두로에 관한 말씀을 하면서 “시홀의 곡식 곧 나일의 추수를 큰 물로 수운하여 들였으니 열국의 시장이었도다”(사 23:3)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니느웨나 바벨론 역시 열국의 시장 역할을 한 성읍이었습니다. 오늘날은 그 범위가 더 확대되어 어느 나라의 도시나 국가가 열국의 시장 역할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뉴욕이나 상하이, 서울 같은 곳은 그야말로 열국이 왕래하는 거대한 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처럼 매매가 성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일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도 야고보는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아무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년을 유하며 장사하여 이를 보리라 하는 자들아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 4:13-14).
이 땅에서 우리의 삶은 잠시 잠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이후의 날들이 영원히 지속되지 아니하고 끝이 나는 때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생명 자체가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 앞에서 유한한 우리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시편 기자는 “내가 생존 세계에서 여호와 앞에 행하리로다”(시 116:9)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일들은 장(場) 파장하면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장사하던 사람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처럼 이 땅에서 우리의 삶 역시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면 영원한 고향인 본향(本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전 3:11, 히 13:14).
일상의 한 부분인 오일장(五日場)이 서고 파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영원한 고향인 하나님 나라가 더욱 그리워지고 기대되어 짐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