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저의 대학 선배 목사님 한분은 자기는 전도서의 말씀을 읽고 하나님을 믿고 영접하여 목사가 되었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곧 전도서 1장 말씀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는데, 헛되고 헛된 인생 가운데 헛되지 않은 삶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도서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누려 볼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와 권력을 경험한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인생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권력자도 누려보지 못한 권력과 부귀영화와 쾌락을 솔로몬은 다 경험한 것입니다.
그는 “무엇이든지 내 눈이 원하는 것을 내가 금하지 아니하며 무엇이든지 내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을 내가 막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나의 모든 수고를 내 마음이 기뻐하였음이라”(전 2:10)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곧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솔로몬의 맨 처음 고백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헛되고 헛된 삶 가운데 헛되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계명)을 지키는 삶이라고 합니다(전 12:13).
전도서는 어떤 면에서 유신론적(有神論的) 허무주의 철학의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시편 기자 역시 “나의 때가 얼마나 단촉한지 기억하소서 주께서 모든 인생을 어찌 그리 허무하게 창조하셨는지요”(시 89:47)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허무한 인생에 대한 원망이나 저주가 아니라 허무하기 때문에 허무하지 않은 영원한 세계에 대한 갈망인 것입니다.
솔로몬의 인생론이 전도서 역시 그런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솔로몬은 자신의 인생론을 통해 후세대를 살아가는 인생들에게 지혜자의 삶에 대한 팁(tip)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곧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전 1:4)라는 고백에서처럼 왔다가 가는 인생 가운데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즐겁게 살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므로 내 소견에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이는 그의 분복이라 그 신후사를 보게 하려고 저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전 3:22)고 말씀합니다.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전도서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지난 세 주간 동안(정확히는 7일부터 28일까지) 저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성경을 통독했습니다. 말씀에 대한 열정을 다시 회복하고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일독 후 다시 일독해서 이독(二讀)을 했습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신약을 한 번 더 통독해 보았습니다(오해하지 말 것은 결코 자랑코자 함이 아니라 함께 말씀을 사모하고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드리는 고백입니다).
올 한해 동안 나름대로 성경통독에 대한 계획도 다시 세웠는데, 아주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고자 합니다. 목회자에게 있어 “자기 일”의 가장 우선순위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것입니다. 이를 심비(心碑)에 새기는 것입니다. 아니 저는 심비(心碑)를 넘어 영비(靈碑)에 새겨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하기를 원하십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너무나 즐거워한다고 고백합니다(시 112:1, 시 119:16,35,143,162 등). 송이꿀보다 더 달다고 고백합니다(시 19:9-10).
인생사 캄캄한 날이 많이 있다고 할지라도 항상 즐거워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지혜자의 삶인 것입니다. 헛되고 헛된 인생 가운데 헛되지 아니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삶, 기도하며 전도하는 삶,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통해 모두 승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