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不狂不及)[2022.05.15]

조선시대 서예가요 문신이었던 최흥효(崔興孝, 1370~1452년)로부터 유래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미쳐야 미친다”는 뜻인데, 사람이 정신이 나가 미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전심전력해야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과 그 의미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글씨체에 몰입되어 과거시험의 답안도 제출하는 것을 포기하고 명필가의 길로 나아간 최흥효의 불광불급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건 깊이 새겨보아야 할 명구(名句)임을 깨닫게 됩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은 또 다른 말로 하면 열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갈수록 육체의 연약함과 함께 열정도 식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자신 역시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예전과 지금이 많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젊은 시절부터 사용해온 성경의 제일 앞면에 “미치자! 미치자! 크게 미치자!”, “예수께 미치고, 말씀에 미치고, 사랑에 미치자!”라는 글귀를 새겨놓았는데, 지금은 턱도 없이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에 미친다는 것(狂)은 긍정적 의미로 볼 때 좋은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그것은 악한 일이면 아주 좋지 않은 것이지만, 모두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대단히 좋은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나아가 그 일이 그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금상첨화인 것입니다.

성경 속에도 이러한 일에 있어 탁월한 인물 가운데 한 분이 사도 바울입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 그는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명의 사람 사도 바울은 복음 증거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생명보다 더 복음전도를 귀하게 여겼습니다. 복음증거에 올인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열정과 뜨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날이 갈수록 약해져 가는 것이 아니라 강해져 갔습니다. 그는 고백하기를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후 4:16)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육신은 비록 약해져 가나 속사람은 날로 강해져 갔던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강렬한 열망 가운데 생명의 복음을 증거함으로 그는 영적으로 더 강해졌던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궁극적 소망을 두고 사는 성도는 이처럼 강해져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순리(順理)대로 진행되던 삶이 중지되고 역리(逆理)적 삶이 경험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원래적인 것을 살펴보고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성도에게 있어 원래적인 것이라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믿음의 선진들이 걸었던 그 길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2개월을 우리는 힘든 시간들을 보내왔으며, 지금도 아직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형편에서건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 증거를 위한 우리의 자세는 반드시 견지되어야 합니다(마 28:18-20, 행 1:8). 이를 위해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명구(名句)를 한번 깊이 음미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22-05-18T21:29:5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