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야 합니다

   옛말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말입니다. 곧 사람이 태어날 때 빈손으로 태어났다가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죽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가지고 있으면 죽을 때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을 보게 되면 믿는 가정에서는 그런 일이 없지만 믿지 않는 가정에서는 종종 죽은 분을 입관할 때 노자돈이라고 하면서 돈을 관에 넣기도 합니다. 곧 황천길 갈 때 돈이 필요할 것이니까 넣어준다는 것입니다. 죽어서는 돈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권력도 행할 수 없습니다. 힘도 쓸 수 없습니다. 일단 다 놓고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래라는 것은 하나님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욥 같은 의인의 가정에 엄청난 시험이 다가올 줄을 욥과 그의 가정, 친구들, 주변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자녀들 다 죽고, 재산 다 날아가고 자신의 몸 역시 엄청난 병이 들어 기와 조각으로 몸을 긁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의 엄청난 재앙이 욥에게 불어 닥친 것입니다. 물론 욥기 42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욥과 그의 가정을 회복시켜 주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욥에게 처음 시험이 닥쳤을 때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곧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라고 했습니다. 욥은 자신이 빈손으로 온 존재이며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이후에는 빈손으로 갈 것을 알고 이렇게 고백한 것입니다.

몇 달 전 제가 아는 목사님이 평생 모아 온 책을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모아 온 책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이제 그 목사님은 성경 말씀이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정리했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에게 있어 책은 어떤 면에서 재산목록 2호와도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입니다. 결단을 하면서 모든 것을 가볍게 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그런 결단을 하지 못한 제 자신은 한편으로 그 목사님의 결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무엇인가 모으고 힘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9시 90:10)라고 했습니다. 이에 그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라고 했습니다.

모세의 기도를 보면서 우리 역시 지혜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속히 날아가는 우리 인생길에 많은 짐이 있으면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부터 가볍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것을 위해 일단 마음의 욕심을 내려 놓고, 걱정 근심도 내려 놓고, 삶의 주변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은 가볍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주님 나라에서는 영원히 기억되고 남을 수 있는 일을 이 땅에서 열심히 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영혼 구원, 주님 나라를 위한 헌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 등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합니다. 곧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7-10) 라고 말씀합니다. 인생 다방면을 가볍게 함으로 함께 천국의 순례자로서 전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23-09-27T15:24: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