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4)

   오늘날 최고의 사회심리학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는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의 ⌜군중심리⌟(La psychologie des foules)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1931년 12월 13일 그가 사망했을 때 한 신문기자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과학과 철학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추모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이러한 평가는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심리⌟에서 군중의 일반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원래 군중은 한 자리에 모인 개개인의 집단을 의미하는데, 심리학적 군중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심리학적 군중을 ‘조직된 군중’ 혹은 ‘심리적 군중’으로 부르면서 이들은 단일체를 형성하여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을 따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군중은 개인의 개성은 사라지고 일종의 집단심리를 갖게 되며, 이로 인해 독립된 개인으로 있을 때와는 달리 완전히 다른 식으로 생각하고 지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들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특징이 있으며, 이들 군중은 쉽게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범죄자도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군중 속의 개인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닌,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히틀러 당시 독일 장교들이었습니다.

역사를 보면 이러한 군중심리를 선(善)하게 사용한 지도자들도 있었고, 악(惡)하게 이용한 지도자들도 있었습니다. 성경에도 군중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했던 군중은 당시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 중심이 되어 그러한 일을 행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 소요가 있었습니다. 그때 에베소 군중의 상태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곧 “사람들이 외쳐 혹은 이 말을, 혹은 저 말을 하니 모인 무리가 분란하여 태반이나 어찌하여 모였는지 알지 못하더라”(행 19:32)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에베소 군중이 모여서 외치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바울이 에베소 뿐아니라 거의 아시아 전부를 통하여 허다한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 우리의 이 영업만 천하여질 위험이 있을 뿐아니라 큰 여신 아데미의 전각도 경홀이 여김이 되고 온 아시아와 천하가 위하는 그의 위엄도 떨어질까 하노라 하더라 저희가 이 말을 듣고 분이 가득하여 외쳐 가로되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 하니 온 성이 요란하여 바울과 같이 다니는 마게도냐 사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잡아가지고 일제히 연극장으로 달려들어 가는지라 바울이 백성 가운데로 들어가고자 하나 제자들이 말리고 또 아시아 관원 중에 바울의 친구 된 어떤 이들이 그에게 통지하여 연극장에 들어가지 말라 권하더라”(행 19:26-31)

사도 바울인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은 신(神)이 아니라”고 옳은 소리를 한 사실 때문에 에베소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모인 에베소 군중 가운데 태반은 왜 모였는지도 모이고 모인 것입니다. 군중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말씀입니다. 곧 선동된 가운데 군중의 이익, 맹목성, 행동, 무지, 분노 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를 살펴보는 이유는 분별력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거짓된 선전 선동, 위선 등에 속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개인, 가정, 공동체, 민족, 국가가 제대로 서 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분별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론 다수(多數)가 옳음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다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으로서 성경과 역사를 부단히 공부함으로써 바른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감으로 승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만용

2024-02-18T01:03:1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