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은 그의 책 ⌜군중심리⌟(La psychologie des foules)에서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군중의 고유한 특성 중에는 충동성과 과민성, 이성적 추론 능력의 부족, 판단력과 비판 정신의 부재, 과장된 감정 등이 있고, 그 밖에도 여성이나 야만인, 어린아이처럼 진화가 덜 된 열등한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여러 특성이 있다.”
무엇보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은 충동의 노예라고 주장합니다. 독립된 개인은 군중 속의 개인과 다른 결정을 내리며, 군중은 어떤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너그럽거나 잔혹적일 수 있고, 영웅적이거나 비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군중에게는 사전계획은 없으며, 개인이 군중의 일원이 되면 개인은 수(數)가 부여하는 힘을 의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귀스타브 르 붕은 우리의 모든 감정이 생겨나는 불변의 토양인 민족의 기본적 특성이 군중의 충동성과 변덕, 과민성에 끼어든다고 이야기합니다.
군중의 피암시성과 맹신에 있어서는 이는 군중의 일반적 특성인데, 군중은 언제나 무의식적 경계에 머무르면서 암시를 쉽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비판적 능력까지 상실하기에 맹신적 경향을 띠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함께 공부해 보면 좋은 책이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 1902~1983)가 샌프란시스코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1951년에 쓴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입니다. 이 책은 집단심리학, 특히 테러리스트들과 자살폭탄 테러 등에 관한 연구로 대단히 중요한 책입니다. 오늘날 군중심리 연구에도 아주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어떻든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에게 있어서는 불가사의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개인이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부터 못 배운 사람이건 배운 사람이건 관찰하는 능력을 똑같이 상실하기 때문에 집단환각 매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군중은 또한 드러내는 감정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주 단순하고도 이중적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군중에게 어떤 감정이 표출되면 암시와 전염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증폭되기 때문에 군중은 논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에 군중은 자신들에게 암시된 의견, 사상, 신념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게 되는데, 이것을 절대적 진리나 절대적 오류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군중은 독선과 편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중의 도덕성에 있어서는 때론 그들도 자제와 헌신, 무사무욕, 자기희생, 공평성 등 아주 고결한 도덕성을 띠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도덕적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덕성이 대체로 낮다는 것입니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에 대한 이해와 분석과 혜안은 어느 시대를 살아가건 거짓에 의한 선전과 선동, 과장 등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진리에 속한 성도로서 살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자녀 된 성도는 진리에 속한 자들로서 진리 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갑니다(요 14:6, 요 18:37, 요일 3:19). 진리 되신 주님을 알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은 참된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됩니다(요 8:32, 갈 5:1). 나아가 진리 가운데 살아가는 성도는 참된 분별력을 가지고 세상을 이기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빌 1:10-11).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면서 다수결이 언제나 진리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군중의 모습과 주장에 그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성도로서 분명한 정체성과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