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성전과 마음의 성전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이 쓴 ⌜로마제국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가 있습니다. 이 책 제4권(40장)에 보면 성 소피아 성당에 관한 기록이 나옵니다. 곧 콘스탄티노플의 창시자인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60년 2월에 ‘영원한 지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을 세워 주교회로 정한 후 화재로 인해 두 번째 소실되었을 때, 유스티니아누스는 그의 재위 36년째 되는 해인 537년 12월에 성전을 재건해 두 번째로 봉헌했습니다. 비잔틴 양식의 대표적 건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성 소피아성당은 1452년 이후에는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가 현재는 국립박물관이 되어 있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의 기록을 보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성 소피아성당을 재건하여 봉헌할 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이러한 엄청난 건물을 세우기에 나를 합당하다고 보신 하나님께 영광을! 솔로몬이여, 나는 당신을 능가했도다!

유스티니아누스가 솔로몬과 경쟁심이 있어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떻든 자신이 봉헌한 성 소피아성당이 솔로몬 성전보다 낫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도 터키를 가보면 이스탄불(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에 성 소피아성당이 도시의 상징처럼 서 있습니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는 원래 그 이름이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곧 ‘비잔티온(비잔티움) –> 콘스탄티누폴리스(콘스탄티노폴리스, 코스탄티니예) –> 이스탄불’ 순으로 바뀌었습니다.

에드워드 기본은 성 소피아성당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전(聖殿)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곧 사람의 손으로 성전을 지어 하나님께 드리는 일이 중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성전에 계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데반은 다음과 같이 설교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받아 야곱의 집을 위하여 하나님의 처소를 준비케 하여 달라 하더니 솔로몬이 그를 위하여 집을 지었느니라 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아니하시나니 선지자의 말한바 주께서 가라사대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등상이니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짓겠으며 나의 안식할 처소가 어디뇨 이 모든 것이 다 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냐 함과 같으니라”(행 7:46-50)

천지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하늘을 보좌로 땅을 발등상으로 삼으시는 분이십니다.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위해 무슨 집을 짓는다는 것은 실상 맞지 않는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성전을 지어 하나님께 드리는 부분에 있어 하나님께서 그저 받아주시는 것입니다. 이에 성전을 짓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전을 짓는데 있어 유스티니아누스처럼 약간의 영적 교만과 자랑이 들어가게 되면 곤란합니다. 그저 겸손한 마음으로 짓고 봉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지은 성전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구원받는 일에 잘 쓰임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성전이 성전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이 성전을 지었기 때문에 아무리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국이 쳐들어오더라도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영원토록 자신들과 함께 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대단한 착각에 빠져 온갖 우상숭배 다하고 죄를 지으면서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온 것입니다. 결국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 솔로몬 성전도 불타버리고, A.D.70로마의 티투스에 의해 예루살렘이 망할 때 헤롯 성전 역시 불타버린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언제나 성전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전은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곳이며,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요,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사도 바울의 권면처럼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고전 3:16-17)

마음의 성전이 성전 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언제나 풍성하게 거해야 합니다(골 3:16). 성령의 소원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할 때 마음의 성전은 늘 거룩성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만이 아니라 마음의 성전 역시 거룩함을 유지함으로 날마다 승리하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용

2024-03-14T04:01:5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