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7)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은 그의 책  ⌜군중심리⌟(La psychologie des foules)에서 “군중의 모든 확신이 갖는 종교 형태” 부분에서 그가 분석한 ‘군중의 확신’에 대해 종교적 감정이라는 이름보다 더 적합한 것을 찾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곧 군중은 자신들을 열광시키는 정치 구호를 외치고 승리를 거둔 지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신비로운 힘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종교적 감정에는 편협성과 맹신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그는 좀더 자세히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군중의 확신은 맹목적 순종과 야만적 편협성, 폭력적 수단을 써서라도 전파하려는 욕구를 가지며 이런 특성은 종교적 감정에도 내재한다. 이런 이유에서 군중의 모든 믿음은 종교적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군중이 찬양하는 영웅은 그들에게 신과 다를 바 없다. 예컨대 나폴레옹도 15년 동안 군중에게 신으로 추앙받았고 그처럼 완벽한 숭배자를 거느린 신도 없었다.”

귀스타브 르 봉은 사람들이 광신적 감정에 사로잡히면 자신들의 영웅에게 순종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으며 우상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려 하는데 이는 어느 시대나 다를 바 없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역사 속에 이러한 예는 로마가 30개 군단으로 1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억누르며 복종시킨 것은 황제를 신처럼 숭배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무신론 역시 군중이 받아들이면 하나의 광적인 종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프랑스대혁명 당시 ‘혁명’이 군중의 정신에 새로운 종교적 신념으로 뿌리내리는 과정이었기에 폭력성과 대학살, 선동욕구, 모든 군주에 대한 선전포고 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종교개혁,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 종교재판, 공포정치 등 역시 종교적 감정에 휩싸인 군중이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결코 독립된 개인의 의지가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귀스타브 르 봉의 주장을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군중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 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주장처럼 사람이 어떤 신을 숭배할 때만 종교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역사를 보면 아담 이후 모든 인생들은 수많은 전쟁을 치루었는데, 실상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전쟁은 종교전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군중에게도 종교적 감정이나 신념이 작용하게 되면 겉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어떤 행위가 흘러나오고 치닫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따라다니면서 기적을 보고 놀라워 했습니다. 또한 광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실 때에도 놀라워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빌라도의 법정에 서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은 예수님 대신 바라바를 놓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리가 일제히 소리 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이 바라바는 성중에서 일어난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러라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저희에게 말하되 저희는 소리 질러 가로되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한 대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저희의 소리가 이긴지라 이에 빌라도가 저희의 구하는 대로 하기를 언도하고 저희의 구하는 자 곧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를 놓고 예수를 넘겨주어 저희 뜻대로 하게 하니라“(눅 23:18-25)

군중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종교지도자들의 사주를 받은 군중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빌라도에게 요구했던 것입니다. 일차적으로 유대종교지도자들의 잘못된 종교적 신념과 말씀에 대한 오해가 예수님을 신성모독자로 몰아 처치하는 일에 그들은 전심전력했던 것입니다. 이에 군중은 그들에 의해 미혹되었던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군중심리를 유대종교지도자들은 교묘하고도 철저히 이용한 것입니다. 그들은 안식일마다 선지자들의 말씀을 외우는 외식적 행위를 하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도록 유도한 것입니다(행 13:26-30). 어느 시대를 살건 군중과 그를 뒤에서 조종하는 ‘무의식적 심리학자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악(惡)의 배후에 있는 마귀의 실체를(요 8:44) 우리가 정확히 파악하고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함인 것입니다(엡 6:10 -18).

이만용

2024-04-11T00:26:1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