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894년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해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1894년 1월에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내고 관아를 점령한 전봉준을 중심으로 농민봉기가 일어났습니다. 나아가 손화중, 김개남 등이 이끄는 농민군으로 확대되어 조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이에 당시 권력가인 민씨 정권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일본 역시 텐진조약(1885년)에 의거해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이에 농민군은 외세에 빌미를 주지 않게 위해 정부와 화약을 맺었지만 일본군은 물러나지 않았고, 동학농민군은 일본을 몰아내기 위해 재봉기 했으나 실패했으며, 조선에 대한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 6월에 갑오개혁이 실시 되었으며, 8월에는 청일전쟁이 일어났습니다. 한반도 조선의 지정학적 운명과 더불어 조선 정부의 무능함이 외세의 각축장으로 변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결국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 의해 후일 조선은 일본에 합방되어 36년간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된 것입니다. 곧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의 나라 패망이 일어나 오랜 세월 식민 통치하게 살게 된 것입니다.

1894년은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청일전쟁 등 이 나라 역사, 특히 조선 역사에 종말을 고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 해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조선의 상황을 자신이 실제 보고 들으면서 그것을 기록하여 자료로 남긴 오스트리아 외교관이요 여행 작가인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Ernst von Hesse-Wartegg, 1854~ 1918년)이 있습니다. 그는 남유럽의 여러 나라들, 서인도 제도, 중앙아메리카, 뉴멕시코 그리고 로키산맥을 넘어 미국 동부, 미시시피강 탐사,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 미국 북서부, 중국, 일본, 태국, 인도, 조선 등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그는 29여권의 책을 기록했는데, 그 가운데 조선을 여행하고 난 후 ⌜조선, 1894년 여름⌟ 이라는 여행기를 썼습니다.

헤스-바르텍은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며 ⌜역사⌟란 책을 집필한 헤로도토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사실만을 기록한 면에서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의 후예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1984년 조선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있는 면들에 대해 외국인의 입장에서 사실을 본 그대로 잘 기록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헤스-바르텍이 1894년 조선의 모습을 보고 당시 조선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이들은 가난하고, 무지하며, 게으르고, 미신을 신봉하고, 이방인을 꺼린다. 하지만 이러한 속성들은 지조 없고 탐욕스러운 정부 탓에 생긴 불행한 결과일 뿐이다. 이 정부는 수백 년 동안 백성들 내면에 있는 더 나은 것에 대한 충동을 조장하기는커녕 방해해왔다.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란 만한 것을 이루어 낼 것이다.”

헤스-바르텍이 보기에 1894년 당시 조선의 상황은 수백 년간 정치인들이 잘못 통치해온 결과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문(門)을 꼭 걸어 잠근 쇄국정책은 결국 러시아, 영국, 미국, 청, 일본, 네덜란드 등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여 최종적으로 일본의 메이지유신 주축들에 의한 조선합병, 곧 나라 패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조선인과 조선권력가들에 대한 헤스-바르텍의 평가는 일제식민통치, 해방, 건국, 6.25전쟁, 경제부흥, 민주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된 우리의 모습을 보면 그의 혜안이 빛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헤스-바르텍의 ⌜조선, 1894년 여름⌟을 보면 그야말로 전혀 희망이 없는 듯 보이는 1894년 조선의 여름은, 현대 시점에서 돌이켜 오늘을 바라볼 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국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더욱 더 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자금(自今) 이후 영원히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와 민족으로 설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노력하는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만용

2024-05-20T16:32:1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