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희생한 많은 선진들의 노고와 눈물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1945년 8얼 15일 광복 이후 몇 년 지나지 않은 1950년 6월 25일에 전쟁의 참화에 휩싸이게 된 가운데 우리나라의 위대한 인물들과 무명용사들, 그리고 일반백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특히 낯선 타국 땅에서 자유를 위해 희생한 미군을 비롯한 유엔 참전국 용사들의 희생은 너무나 감사한 일인 것입니다.
6.25 전쟁사(史)와 관련된 책자들과 자료를 살펴보면 상당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무엇보다 당시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우리나라에 와서 싸워준 참전용사들의 모습과 그 분투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옴을 느끼게 됩니다. 유엔참전국 용사들 가운데 다른 나라들은 차지하고 미국에서 건너온 군인들이 제일 많았는데, 참으로 특이한 점은 미군들 가운데 고위 장성들의 자녀들도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밴플리트 장군의 아들은 공군전투조종사로 참전하여 북한지역에 폭격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트루먼 이후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의 아들 역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미국 전쟁다큐멘터리 작가인 존 톨랜드는 그의 ⌜존 톨랜드의 6.25 전쟁, 1950~1953⌟(John Toland, In Mortal Combat Korea, 1950~1953)에서 미군장성들의 이름만 아니라 일반 사병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백선엽 장군 역시 그의 책 ⌜백선엽의 6.25 징비록⌟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주요 미군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월튼 워커 사령관, 리지웨이, 밴 플리트, 알레이 버크 제독, 알몬드 장군, 스미스 미해병사단장, 카이저 소장, 프랭크 밀번 군단장 등등…
그런데 많은 인물들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년) 총사령관이 있습니다. 그는 멕시코 혁명(1914년), 제1차 세계 대전(1917~1918년),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1941~1945년)에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6.25 전쟁(1950~1951)에서 총사령관으로 전쟁을 지휘했습니다. 그런데 6.25 전쟁 와중에 트루먼에 의해 보직이 해임되었습니다. 그의 후임으로 리지웨이 장군이 총사령관을 맡았습니다.
존 톨랜드의 기록에 의하면 맥아더 장군이 해임되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미국 국민은 대대적으로 그를 환영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만 50만명이 모여 그를 환영했으며,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했을 때 2천만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그의 연설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시에서 그를 위한 환영행사에 뿌려진 형형색색의 종이와 조각과 띠 등이 무려 2,852톤에 달했으며, 뉴욕경찰 추정 환영인파가 750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37분 동안 진행된 그의 국회의사당에서의 연설 내용을 보면 중요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습니다. “…공산주의의 위협은 세계적 차원의 위협입니다. 어느 한 지역에 공산주의가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모든 지역이 파멸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공산주의에 양보하거나 항복하는 것은 공산주의의 유럽 진출을 막으려는 우리의 노력을 저해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국민을 향해서도 다음과 같이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들이 제게 전한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태평양을 포기하지 마시오.’”
그리고 맥아더는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이 연설했습니다. “제가 웨스트포인트 연병장에서 선서한 이래 세상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희망과 꿈도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에 애창되었던 어떤 군가의 후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주 자랑스럽게 공표된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여기에 나오는 노병처럼 저는 이제 군 생활을 마감하고 사라지고자 합니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했던 한 노병으로서 말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여기에서 그 유명한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사라진, 그러나 결코 우리의 가슴과 기억에서 죽지 않은 선진들과 유엔참전국 용사들께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참, 한 가지 더 맥아더 장군의 유명한 어록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성경을 읽지 않고 밤을 보내거나 잠을 잔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