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여~~

   오래 전 군(軍)에 입대하여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나 그 후 사단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받을 때 그리고 군 생활 하는 중 각종 훈련시 열심히 부른 군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생하면서 배우고 부른 군가들이라서 그런지 지금도 그 가사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전우여 잘 자라”는 군가가 있습니다. 이는 1950년에 유 호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만들어진 군가인데 6·25전쟁 내내 국군 장병에게 애창된 대표적 군가라고 합니다. 저도 군 생활 할 때 이 군가를 많이 불렀습니다. 그 가사가 다음과 같습니다.

1절 :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자라❗

 

2절 :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3절 : 고개를 넘어서 물을 건너 앞으로 앞으로 한강수야 잘 있는냐 우리는 돌아왔다

들국화도 송이 송이 피어나 반기어주는 노들강변 언덕 위에 잠들은 전우야❗

 

4절  : 터지는 폭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이 가는 곳에 삼팔선 무너진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 오른다 네 얼굴이 꽃같이 별같이❗

그런데 이 군가 가운데 2절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백선엽 장군의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에 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백선엽 장군은 다부동 전투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화랑담배에 얽힌 이야기를 합니다. 곧 당시 자신이 지휘하던 국군 1사단에 11연대, 12연대, 15연대가 있었는데, 북한군 3사단은 15연대 지역으로 공격을 해왔으며, 북한군 15사단은 12연대 앞으로, 그리고 북한군 13사단은 11연대 지역으로 공격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개 연대에 적(敵) 1개 사단을 맞아 싸우는 형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 고지에서 대원을 이끌고 전투에 임하고 있던 소대장들은 신병들이 올라오면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적군은 주로 밤을 틈타 공격해 왔기 때문에 신병들이 올라오면 자기가 소대장임을 알리고 공격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병들의 이름을 당시 한국군에게 지급되던 화랑담배갑 쪽지에 적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전사하면 그 이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북한군 3사단을 맞이하여 15연대 병사들은 용감히 싸웠는데, 이미 죽은 아군 동료들의 시체 뒤에 숨어서 적과 교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병들은 싸우러 올라간 후에는 살아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사한 병사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는 소대장도 전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며, 소대장이 살아있다고 해도 신병들의 이름을 적어 둔 화랑담뱃갑이 피와 땀에 젖어 이름에 얼룩이 져서 잘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다부동 전투에서는 무명용사의 이름이 많았다고 합니다.

백선엽 장군의 기록을 보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명령을 따라 강한 투지와 의지를 가지고 적을 맞아 싸우며 자신의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가 제대로 이해되었습니다. 너무나 애절하고 눈물 나는 가사지만 이 가사처럼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가 있었기에 오늘 이 나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져 간 전우들을 결코 섭섭하게 대하시지 않으실 줄 압니다. 우리 역시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선진들의 헌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긍휼히 여겨주시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나라, 이 백성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이만용

2024-06-09T16:50: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