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

4세기 로마의 군사저술가였던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Flavius Vegetius Renatus,가 있습니다. 그이 출생과 사망년도는 불분명하나 볼테라의 라파엘(Raphael of Volterra)가 콘스탄티노플 백작이라고 베게티우스를 지칭한 말에 근거해 그가 백작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집필한「군사학 논고」(De Re Militari)가 당시 황제 발렌티니아누스 2세(재위기간 375~392년)에게 봉정되었는데, 이를 통해 집필 기간이 대략 378~392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고대 군사학의 핵심 원리들을 잘 집필하고 있는 「군사학 논고」는 전체 5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국의 명운이 군사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던 베게티우스는 당시 부패한 로마군을 바로 잡고 후세 군인들에게 고대로마의 군사제도의 우수성을 알려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손자병법」의 향취를 느끼게 하는 「군사학 논고」는 로마시대부터 19세기까지 유럽 군사지도자들에게 군사학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군사 금언집이라고도 볼 수 있는「군사학 논고」에는 금과옥조의 금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병사들은 적을 상대로 싸우기 전에 반드시 충분히 훈련을 쌓아야 한다.”,“전선을 너무 늘이기보다 몇 개의 예비대를 보유하는 것이 더 낫다.”,“피아의 전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장군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용맹은 숫자보다 중요하다.”,“지형의 특징은 때론 용기보다 더 중요하다.”,“선천적으로 용감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훈련과 군기의 요소를 통해서 용감해진다.”등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금언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유명한 것은 다음의 말일 것입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시 비스 파셈 파라 벨룸) 영어로는 “If you want Peace, then prepare forWar.”

이 말은 그의 「군사학 논고」 제3권 “전투를 위한 부대 배치” 부분에 나오는 다음의 말에서 온 것입니다.

“따라서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승리를 원하는 자는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노고를 아껴서는 안됩니다. 성공을 희망하는 자는 원칙으로 싸워야 하고 행운만 바라보고 싸워서는 안됩니다. 아무도 감히 전투력이 우세한 강국을 침범하거나 모욕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주간에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있습니다. 국군의 날은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기념일 중에 가장 중요한 날일 수 있습니다. 국방은 어느 나라건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국군이 날을 정하여 기념하고 지키는 것은 전쟁을 예방하고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견지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는 결국 평화란 힘이 없으면 지킬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부침의 역사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역사 가운데 지금과 같이 강성한 때는 실상 잘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비록 국토는 여느 시대와 달리 좁아져 있는 상태이긴 하나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국의 제35와 37대 총리였던 헨리 존 템플(Henry John Temple, 3rd Viscount Palmerston, 1784년 10월 20일 ~ 1865년 10월 18일)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We have no eternal allies, and we have no perpetual enemies. Our interests are eternal and perpetual, and those interests it is our duty to follow.”(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구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구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다.)

국제정치의 현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국군의 날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냉엄한 국가 이익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을 깊이 되새기고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어느 나라도 제대로 설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은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에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시 18:29)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대저 주께서 나로 전쟁케 하려고 능력으로 내게 띠 띠우사 일어나 나를 치는 자로 내게 굴복케 하셨나이다 주께서 또 내 원수들로 등을 내게로 향하게 하시고 나로 나를 미워하는 자를 끊어버리게 하셨나이다”(시 18:39-40)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승리를 확신하고 영구한 평화를 위한 유비무환의 자세와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이만용

2024-09-29T14:15:2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