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상당히 긴 기간이었지만 이 때 당시 동서고금 역사 가운데 많은 사상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 곧 수많은 제자백가들이 등장해 사상논쟁을 아주 치열하게 전개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이 시대에 진소양왕(秦昭襄王, B.C.325~251년) 당시 왕계(王稽)라는 신하를 통해 왕을 알현하여 자신의 천하계책을 제시한 범수(范睢, ?~B.C.255년)가 있습니다. 그는 원래 위(魏)나라 사람이었는데, 뛰어난 유세로 질투의 대상이 되어 제나라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쓰고 초주검이 되었으나 진(秦)나라 함양으로 탈출했던 것입니다.
왕계는 진소양왕에게 자기가 아주 출중한 천하의 기재를 만났다면서 범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곧 그가 말하기를 계란을 쌓아놓은 것 같은 위기 가운데 있는 진나라를 구할 비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글로 전할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야 한다 라고 하면서 소개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누란지위’(累卵之危)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신하 왕계의 이야기를 듣고 진소양왕은 범수를 소개받았으나 당시 종횡가를 향한 믿음을 그렇게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곧바로 그의 말을 듣지 않고 그저 객사에 머물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범수의 상소문을 받아보고 그를 만났으며, 범수가 제시한 천하비책을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범수는 후에진나라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누란지위’(累卵之危), 곧 ‘계란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한 상황’이라는 말은 어떤 형세난 상황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흥망성회를 거듭해온 어떤 나라건 이러한 상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더 이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한국근현대사를 보면 더욱 더 피부에 강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오랜기간 동안 일제치하의 모습, 해방 이후 6.25사변과 극심한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아오면서 경제대국을 이루어 온 모습 등은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오늘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게 되면 세계경제대국 6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 정치계를 위시하여 국가 전반에 펼져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국가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위기의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극복할 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굽에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광야로 들어가 홍해바다 앞에 진 쳤을 때 바로의 군대가 뒤따라 왔습니다. 그때 모든 백성은 공포에 사로잡혔으며,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역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너는 어찌하여 내게 부르짖느뇨 이스라엘 자손을 명하여 앞으로 나가게 하고 지팡이를 들고 손을 바다 위로 내밀어 그것으로 갈라지게 하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 육지로 행하리라”(출 14:15-16)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함으로 이스라엘은 갈라진 바다를 육지같이 건너 구원함을 받았습니다.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상황은 사면초가(四面楚歌)와도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볼 때 구원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민족과 국가와 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두 손 들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전적으로 간구해야 합니다. 그리할 때 하나님의 크신 역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이 민족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